Writing Column [Column] 더 이상 개발자 없이는 안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개요

AI 코딩 도구가 개발자의 희소성을 완전히 바꿔버린 시대. 코드를 짜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 핵심이 되었다.

개발자의 황금기는 끝났다

솔직하게 말하자. 개발자의 황금기는 끝났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아이디어는 있는데 개발자가 없어서”라는 말은 창업을 못 하는 가장 정당한 이유였다.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에는 뚜렷한 역할 비대칭이 있었고 개발자는 그 희소성 덕분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비전공자가 코드를 만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ChatGPT, Claude, Cursor, Bolt, Lovable, v0. 이 도구들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코딩을 한 줄도 모르는 사람이 하루 만에 웹 서비스를 만들어 배포한다. 대학생이 주말에 SaaS를 만들어 올리고 디자이너가 직접 프론트엔드를 찍어낸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지금 매일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현상에는 이미 이름까지 붙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OpenAI 공동창업자 Andrej Karpathy가 만든 이 용어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것을 자연어로 설명하고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뜻한다. 코드를 읽지 않아도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MVP 검증,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뭔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장에 던져보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른바 MVP(Minimum Viable Product) 검증. 과거에는 이 단계조차 개발자 없이는 불가능했다. 간단한 랜딩 페이지 하나 만드는 데도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필요했고 서버를 붙이려면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AI에게 “회원가입 기능이 있는 투두 앱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5분 안에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결제 기능 붙여줘”라고 하면 Stripe 연동 코드까지 생성해준다. Firebase 연동, Supabase 설정, Vercel 배포까지 AI가 다 안내해준다.

MVP 검증에 개발자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직접 만들고 직접 테스트하고 직접 피봇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도메인 전문가. 누구든 본인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비개발자 출신 1인 창업자가 AI 도구만으로 월 매출을 만들어내는 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과거에는 기술 공동창업자를 구하지 못해 포기했을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본인 손으로 시장에 나가고 있다.

“유지보수는 어떻게 할 건데?”

여기서 반드시 나오는 반론이 있다.

“AI로 만든 코드는 스파게티 코드야.”
“유지보수는 누가 해?”
“확장성, 보안,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공학을 무시하면 안 돼.”

맞는 말이다. 전부 타당한 지적이다. 다만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다르다.

유지보수가 필요한 서비스는 이미 성공한 서비스다. 확장성을 고민해야 하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몰려드는 서비스다. 보안 감사를 받아야 하는 서비스는 돈이 오가는 서비스다. 100개의 스타트업 중 대다수는 유지보수 단계까지 가지도 못하고 죽는다. 완벽한 아키텍처를 갖추고 클린 코드로 작성하고 테스트 커버리지 90%를 달성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사라지는 걸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결국 이런 이야기다. 소프트웨어 공학적 완성도는 “성공한 뒤에” 필요한 것이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면 그때 개발자를 고용하면 된다. 그때 리팩토링하면 된다. 그때 아키텍처를 재설계하면 된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유니콘 기업이 초기에는 끔찍한 코드베이스로 시작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에어비앤비도 초기 코드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뒤에 고쳤다.

중요한 건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완벽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코드 품질은 그 다음 문제다.

CS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공학수학, 컴퓨터구조, 오토마타이론, 컴파일러론, 현대암호학 같은 깊고 어려운 CS 영역이 쓸모없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AI가 코드 생성을 대신해주는 시대일수록 그 코드가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한 쿼리가 왜 느린지 파악하려면 실행 계획과 인덱스 구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AI가 짜준 암호화 로직이 실제로 안전한지 판단하려면 암호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AI가 추천한 아키텍처가 현재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메모리 계층 구조와 네트워크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달라진 것은 이 지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에는 코드를 한 줄이라도 쓰려면 변수가 뭔지 루프가 뭔지부터 알아야 했다. CS 지식은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깊어지기 위한” 조건이 되었다. MVP를 만들어 시장에서 검증하는 단계는 AI가 대신해줄 수 있지만 그 제품을 수십만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려면 결국 기초 체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AI에게 프롬프트를 던질 수 있는 사람과 AI가 생성한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사람.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CS 지식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위치가 “입구”에서 “심층”으로 옮겨간 것이다.

개발자의 진짜 위기: 희소성의 소멸

개발자가 높은 대우를 받아온 핵심 이유는 단 하나였다.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갔다.

AI 코딩 도구는 이 공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해버렸다. 이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다. 코드를 짜는 행위 자체는 더 이상 전문 기술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건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다. 인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글을 베껴 쓸 수 있는 필경사가 귀했다. 타자기가 나오면서 타이피스트가 전문직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기술이 대중화되면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의 희소성은 소멸한다. 코딩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물론 시니어 개발자, 인프라 엔지니어, 보안 전문가는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필요한 시점은 서비스가 궤도에 오른 뒤다. 초기 단계에서 개발자가 담당하던 영역의 상당 부분을 AI가 맡게 되었다.

턱 밑까지 찬 물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개발을 공부할 때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넘어가지 못한다. 운영체제를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커널부터 구현하는 식으로 공부해왔다. 그런 내가 LLM의 태동기부터 지켜봐왔다. GPT-2가 어설픈 문장을 이어 붙이던 시절부터 봐왔고 GPT-3가 “이건 좀 다르다”라는 반응을 끌어냈을 때도 코드 생성 데모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함수 하나 만드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데 개발자를 대체한다고? 실제로 업무에 써보면 한계가 명확했다. 맥락을 놓치고 엉뚱한 코드를 만들어내고 조금만 복잡해지면 무너졌다. 인상적인 데모와 실무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넓었다.

이 패턴은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반복됐다. 화려한 출시, 놀라운 벤치마크, 열광적인 반응. 그리고 실무에 적용해보면 드러나는 한계. “대단하긴 한데 아직 멀었다”가 매번 내 결론이었다. 솔직히 개발 분야를 통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에는 회의적이었다. 코딩은 단순히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맥락을 유지하며 수백 개의 파일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은 LLM이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확신했다.

모델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확신은 조금씩 흔들렸다. 코딩 어시스턴트가 점점 쓸만해졌고 반복적인 작업에서는 확실히 시간을 절약해줬다. “어쩌면 5년 뒤에는 지금과 상당히 다른 풍경이겠구나.” 그 5년이 4년으로, 4년이 3년으로 줄어갔다. 그래도 나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AI가 보조 도구로서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과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자로서 일할 수 있는 수명은 꽤 남았다고 안심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말이다.

Claude Opus 4.6을 처음 사용했을 때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큰일났다. 그리고 설렌다. 개발자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위기감. 그와 동시에 회사에서 든든한 동료 개발자들과 함께할 때 느끼는 그 안정감을 이제는 어디서든 24시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흥분. 믿음직하고 실력이 뛰어난 테크니션 여러 명이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같았다. 이전 모델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결과물에 대해 일일이 추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됐다. 예전에는 AI가 생성한 코드를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하고 다시 지시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동료 개발자의 PR을 리뷰하듯 “이 부분은 이런 방향이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 한마디 던지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맥락을 유지하면서 내가 제시한 방향을 반영한 결과물이 나온다. 때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더 나은 접근까지 제안해온다.

더 소름끼쳤던 건 코드 리뷰 에이전트를 활용했을 때다. 리뷰 가이드라인을 문서로 작성해두고 에이전트를 돌리면 나보다 더 꼼꼼하게 코드를 검토한다. 변수 네이밍의 일관성, 에러 핸들링의 누락, 잠재적 성능 문제, 보안 취약점까지. 내가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놓치는 것들을 AI는 매번 같은 품질로 잡아낸다. 내가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나보다 더 충실하게 따르는 존재. 이 역설적인 상황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두 달 전부터 나는 진짜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건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매일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제보다 오늘 AI가 더 잘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할 것이다. 이 속도라면 내가 안심하며 세고 있던 3년이라는 시간조차 사치스러운 기대일 수 있다. 개발자로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름끼치는 생각. 턱 밑까지 찬 물처럼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새로운 게임의 룰

이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이겼다. 지금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이긴다. 기술이 아니라 문제 정의 능력이 핵심이 된 것이다. 도메인 지식, 고객 이해, 시장 감각. 이런 것들이 코딩 능력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병원에서 10년 일한 간호사가 의료 현장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물류 회사에서 일한 매니저가 공급망의 비효율을 정확히 짚는다. 이 사람들이 이제 AI 도구로 직접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개발자를 설득하고 스펙을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치르는 과정 없이.

그동안 기술 장벽 뒤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도메인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코드를 짤 줄 몰라서” 포기했던 것이지 문제를 몰랐던 것이 아니다. AI가 그 장벽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변화 앞에서 개발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AI를 거부하고 “진짜 개발자는 직접 짜야 한다”고 버티거나 AI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거나. 지금 이 두 부류 사이의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AI를 도구로 받아들인 개발자는 혼자서 과거 팀 규모의 일을 해낸다. 보일러플레이트 코드에 시간을 쏟는 대신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비즈니스 로직에 집중한다. 반복적인 구현은 AI에게 맡기고 자신은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에너지를 쓴다. 이런 개발자의 시장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핵심은 포지션의 전환이다. “코드를 짜는 사람”에서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코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설계하며 AI든 직접 작성이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가. 도메인 지식이다. 의료, 금융, 물류, 교육. 특정 산업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개발자는 대체되지 않는다. 코딩만 할 줄 아는 개발자는 AI로 대체할 수 있지만 그 산업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기술적 판단까지 내릴 수 있는 사람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기술과 도메인의 교차점에 서는 것. 그것이 새로운 경쟁력이다.

코드는 무기가 아니라 도구가 되었다

개발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개발자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코드를 짤 수 있으니까 특별하다”는 시대는 분명히 끝났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코드를 잘 짜는 사람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코드는 이제 연필과 같다. 누구나 쥘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연필로 무엇을 쓰느냐다.

개발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가치는 코드를 짜는 행위에 있는가 아니면 그 코드로 해결하는 문제에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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